김동이의 그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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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드, 흑심을 만나다.

【누드,흑심을 만나다】
누드크로키, 열정이고 혁신이고 힐링이다

스토리텔링 뉴스 - 누드크로키 보러가기

인상파 미술시대를 연 에두아르 마네(1832~1883). 그의 한마디는 전통 회화를 거부하는 변혁이었다. 순간의 빛을 포착했다. 새 화풍은 관습을 깨는 도전 끝에 창조됐다. 누드 크로키도 그렇다. 열정이고, 혁신이고, 치유(힐링)다.

 

“오늘은 5분, 3분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명동갤러리 권대하 원장(54)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화실은 무념무상의 창작 마을이 된다. 여성누드모델이 가운을 벗었다. 포즈를 취한다. 뒷모습이다. 누드모델의 몸은 앙상해보였다. 3년차 모델이다. 모델은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동작으로 첫 포즈를 잡는다. 크로키를 시작 하려던 손이 잠시 멈칫거렸다. 모델의 포즈에 강한 스토리가 느껴져서다. 살짝 구부린 두 발이 견고하게 몸의 중심을 잡는다. 외로움을 끌어안은듯 잔뜩 웅크린 자세다. 구부린 등의 척추뼈가 뚜렸하게 드러난다. 얼굴은 모로 뉘어 한쪽 귀가 움츠러든 어깨에 눌려있다. 애처로움이 잔뜩 묻어난다. 황량한 겨울 벌판, 눈폭풍 속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홀로 남겨진듯하다. 오그라든 두 손은 입가에 모여있다. 꽁꽁 언 손가락을 입김으로 힘겹게 녹이는 듯한 자세. 연필을 쥔 손도 얼어 버렸다. 화실은 터질듯한 긴장감으로 팽팽해진다 숨이 막힌다.

 

“멋있다.” 아니 “아름답다.”

짧은 전율이 감동으로 바뀐다. 급히 정신을 가다듬는다. 크로키북에 올려진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크로키의 매력은 ‘거침없는 빠름’이다. 2시간이 2초처럼 지나갔다.

 

누드크로키는 화가, 모델, 음악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완성된다. 화가는 예술혼을 불태우고, 모델은 감동을 주는 포즈를 만든다. 음악은 화가와 모델의 감정을 휘감는다. ‘슥삭슥삭’ …‘슥슥슥’ …

 

이번 누드크로키 모델은 남자다. 근육이 잘 다듬어진 남자 모델은 아름답다. 인간의 몸은 예술품이다. 살짝 관절만 비틀어도 힘줄과 연결된 근육들이 요동 치는듯 꿈틀거린다. 남성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화실에는 모델이 준비한 음악과 빠르게 연필 긋는 소리만 가득 하다 몸과 마음이 급하다. 거침없이 움직이던 4B 연필이 모델의 목과 어깨라인에서 멈칫 거린다. 방황하는 연필은 급하게 복부와 옆구리로 내려오지만 난감해진다. 남성미의 상징 초콜릿근육이다. 근육의 특징과 흐름을 2~3초 만에 그려야 한다. 자신 없는 부분이기에 대강 얼버무린다. 허리선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둔부에서 연필이 또 멈칫 거린다.

 

크로키의 특징과 매력은 스피드. 그릴 때 마다 늘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낀다. 어떤 포즈를 취하든 반복되는 머뭇거림이다. 모델의 포즈가 바뀐다. 덜 그려졌지만 미련 없이 도화지를 넘긴다. 3분 만에 작품이 탄생한다. 잘 그려 완성시키고 싶다. 현실은 냉정하다. 의욕은 ‘에곤 쉴레’인데 손목은 ‘에고 쉴래’이다

 

누드 크로키가 국내에 본격 소개된 건 90년대 후반부터. 명동갤러리 권대하 원장은 2001년 2월에 다음 카페 ‘그림을 배우자’를 개설했다. 당시 회원만 4만명. 그는 대한민국의 중심지 서울 명동에 화실을 열었다. 당시만해도 명동은 문화와 상업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문화는 점차 사라져갔다. 그는 황폐화된 문화를 살리고 싶었다. ‘누드크로키’반을 만들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주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죠” 처음부터 어려웠다. 수강생이 기껏 5명 정도. 모델 구하기도 힘들었다. 누드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다. “외설이다”라는 지적이 많았다. 적자가 쌓였다. 포기했다. “견딜 수 없더군요. 하지만 다시 마음을 먹었습니다. 누드는 예술의 기본이고 본질이거든요. 특히 크로키는 유화나 수채화와 달리 빠르게 실력을 쌓을 수 있어요. 초보자에게 유용한 장르지요.”

 

이번에는 초보자들에게 집중했다. 부활했다. 수강생이 몰렸다. 30~40명이 화실을 채웠다. 이들은 저마다 ‘그리기’에 대한‘그리움’을 갖고 있다.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꿈을 찾기 위해 화실 문을 두드렸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서. 현재 국내에서 누드크로키 강좌가 개설된 곳은 10여곳. 지리적인 접근성과 화실의 편안한 분위기가 중요하다. 강좌는 꾸준히 늘고 있다.

 

첫째 주는 분명 ‘취재’를 간 거였다. 멋모르고 선배 따라간 곳에는 풍만한 몸매의 여자 모델과 화가들이 있었다. 무작정 따라 그렸다. 모두의 폭풍 칭찬이 이어졌다. “다음주는 남자 누드 모델이야.” “어머 부끄러워!”할 나이는 아니다. 능청스럽게 “필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남자의 나체를 2시간 동안 뚫어져라 봐야 한다니. 갑자기 질문이 생겼다. “누드 크로키 할 때 거기도 그리나요?”

 

물론 작품(?)은 형편없다. 비례도 안 맞고, 근육도 엉성하다. 그래도 ‘크로키’니까 괜찮다. 그래서 좋았다. 모두가 20대에 ‘완성’을 기대하며 팍팍하게 군다. 완성된 스펙과 외모 없이는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 하나의 기준에 다가가려는 20대의 일원으로서, 힘들다. 세태의 사각지대에서 기꺼이 ‘미완성’을 아름답다 칭해주는 누드 크로키에 나를 투영해 본다. 한 순간이라도 쉬면 ‘잉여’가 되는 지금, 어쩌면 나는 ‘잉여로운 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2주 차. 다들 이젤을 세우고 드로잉 재료들을 꺼내 준비 중이었다. 나도 호기롭게 지난주에 산 크로키 북을 펼쳤다. 올 테면 와 보라지. 야구 모자를 쓴 한 남자가 화실 옆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그는, 가운을 입고 있는 누드모델이었다. 부산스럽던 화실이 가운이 벗겨지자 고요해졌다. 내 앞, 벗은 몸의 남자. 환한 형광들 불빛 밑에 완전히 노출된 그다.

 

연필을 들었다. 저 남자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피부가 참 하얗네.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결과 웬 흉물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다시 그를 봤다.

이 부분은 이게 아니라 이렇게 생겼네. 근육이 여자 모델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를 볼수록 보였다. 제대로 그리려 들수록 ‘남자’는 사라지고 ‘‘몸’이 남았다. 화실은 어떠한 선정성도 부정되는 묘한 공간이었다.

 

일주일 전, 처음 크로키를 했을 때가 다시 생각났다. 모델은 밝고 아담한 여자였다. 그녀는 허공에 걸려 있는 설치미술처럼 아름답게 포즈를 취했다. 포즈와 포즈 간은 우아한 동작으로 메워졌다. 누드 모델은 화가만큼이나 숙련의 과정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만큼 나는 좁은 세상을 살고 있었다.

중앙일보/ 2014.09.18  이진우 기자  [jw8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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